오늘 스콜라가 말씀하신 시

by 멸치 posted Dec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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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수 신정섭씨
                                           신경림


영흥도에서 만난 소장수 신정섭씨는
꼭 세마디만 가지고 소를 몬다
고삐 당겨 이랴이랴로 끌고
딴곳으로 가려는 소 어뎌어뎌로 막고
힘들어 숨차하면 워워로 세운다
소장수 신정섭씨는 뭐든지 다 안다
소 눈만 껌뻑해도 가려운데 어덴 줄 알고
귀만 쫑끗해도 아픈데 어덴 줄 안다
소 몰고 가는 길 어데쯤
도랑이 있고 돌이 박힌 곳도 훤히 알고
길에서 만나는 남의 소 나이며
성질까지도 담박안다
그래서 소장수 신정섭씨는 세마디만 가지고
세상을 몰겠다는 사람들이 밉다
백성의 어데가 아프고
어데가 가려운 줄도 모르면서
이랴이랴로 끌고 어뎌어뎌로만 다스리려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밉다 못해 가엾다
어디에 물이 있고
어디에 불이 있는 줄도 모르면서
워워로만 막으려는 사람들이
가엾다 못해 불쌍하다
세마디만 가지고 세상을 몰려다가
물고문 불고문으로 사람을 잡고
몽둥이질 발길질로 나라를 잡고
마침내 성고문으로 스스로 짐승이 된
얼빠진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한 백년쯤 소장수를 시키고 싶다
여름 겨울 없이 섬을 떠도는
한 천년쯤 소장수를 시키고 싶다
단 세마디로 거꾸로 소한테 끌려다니는
순하디 순한 소가 되게 하고 싶다
이랴이랴 어뎌어뎌 워워 세마디로 소를 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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