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가 단오행사에 못(?!) 간 이유는?

by 도토리 posted Jun 1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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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이 쫌 긴 듯 하오니, 그리고 글 내용이 다소 시덥잖은 면이 있사오니

시간 널널하시고 그래서 시간 때우기가 필요하신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바쁘신 분이 이 글 끝까지 읽으시면 화를 내실지도 모릅니다.

흠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단오 행사에 불참한 것에 대한 사죄의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ㅡㅡ;;

한편 '단오 행사때 열심히 놀아보자!'고 다짐 비스무리한 것을 했던 저로서는 무척 아쉬움이 큽니다.ㅜㅜ

 

기억들 하실는지요.(올해 새식구분들은 모르실 테니 잠시 간략한 설명을 좀 덧붙여보겠습니다요.)

작년 겨울에, 아니 올해 겨울이었던가요? 암튼...

포천의 모처로 겨울야유회를 갔을 때, 조직이사님 명태의 오더로 당시 조직소위에서 콩나물과 2인자 경쟁을 벌이던ㅋ 제가

겨울야유회를 추진하게 되었는데요.

 

평소 생활에서는 '느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도토리가,

홈피의 글을 통해 이러저러한 것들을 발빠르게 추진하고 계획하고 정리하는 등의 그야말로 맹활약을 펼친 후에

정작 서진이네는 겨울야유회에서 볼 수 없었던....

참으로 허무맹랑한 일대 사건이 있었다지요.

 

제가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인즉슨....

 

이번 단오 행사에서, 조직이사님 명태로부터 운영소위가 부침개 오더를 받았는데요

그리하야 '부적부스'로 스카웃된 열매와 애시당초 '투호부스'로 찜당하신 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이

부침개 오더를 이행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펼쳤습니다요.

 

어떻게 펼쳤냐면......

 

이날(토요일) 다람쥐는 같은 학교 샘 한 분과 함께 '싸고 잘 한다는' 압구정의 미용실을 향해 "4시 전엔 꼭 돌아올게요~"라는 말을 남긴 채 아침 9시에 홀연히 먼 길을 떠났고,

수,목 이틀 연속으로 (무엇에 홀렸는지) 새벽 2시 경에 잠자리에 들었던 도토리는 금요일 일과를 일단 무사히 넘긴 후

그간 쌓인 피로를 토요일에 좀 풀었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요.

(음... 그러니까... 왜 절체절명의 순간이냐면.... 도토리는 참말로 잠이 많습니다. 그날 꼭 자야 할 분량을 못 채우면 온종일 해롱해롱거리지요.)

 

버트 그러나 다람쥐 떠난 빈 집에서 홀로 서진이를 도맡아

침대에서 뒹굴며 놀아주고, 자전거 타고 놀이터 가서 그네도 타고 자전거도 타고 잡기놀이도 하고....

그동안 쌓인 피로도 잊은 채 나름 충실하게 놀아주는 그 와중에 부침개 오더를 이행하기 위해

언제나 든든한 운영소위, 시래기/다올/포뇨/올빼미와 연락을 취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아, 여기서 잠깐!

평소 남모르게 슈슈슉 우렁각시 노릇을 자주 하곤 하는 시래기는

11시쯤 이미! 벌써! 김치부침개 반죽을 한 통 마련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이거 꼭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1시반에 터전에서 모여, 장도 보고 반죽도 마련하기로 하였는데

이제 거의 다 나았지만 혹시라도 서진이가 수족구를 전염시키면 안 되니까

저는 다람쥐가 집에 오는 대로 터전에 가겠노라 했습니다.

(다올께서 서윤이랑 같이 터전에 온다고 하셨거든요. 솔이도 터전에 올 테고.)

 

그래서 저는 다람쥐가 오기 전까지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연락을 취하면서

버너, 돗자리, 프라이팬 등의 수요를 확인 및 조율하며 나름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지요.

그러던 중 다람쥐는 3시 30분 경, 요즘 대세인 단발머리를 찰랑찰랑 흩날리며 집에 도착했습니다.

다람쥐가 구해 온 도토리로, 아니 김밥과 떡볶이와 순대로 서진이와 함께 늦은 점심을 해결하며

시래기와 마지막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버너는 충분하고 프라이팬만 하나 더 있으면 되겠다고... 그래서 알았노라고, 내가 가져가겠다고.... 좀 있다 터전으로 가겠다고...

 

김밥과 떡볶이와 순대가 도토리의 뱃속에서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다람쥐의 등장과 넉넉해진 뱃속 환경으로 긴장이 확 풀린 도토리는 잠시잠깐의 위기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대로 거실 바닥에 드러누웠더랬습니다.

'다람쥐가 깨우겠지...'하는 무의식이 작동했던 것일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순간은 정말 본능에 충실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대략 20분가량 흐른 즈음에(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2%의 의식이 살아있던 도토리는

'나의 잠을 통통에 알리지 말라. 그대신 프라이팬좀 터전에 배달해달라.'는 오더만을 다람쥐에게 그야말로 가까스로 전한 채

그대로 전사하고 맙니다.

 

0.5%의 의식이 남아 있을 때쯤 '어디선가 도토리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아아, 저건 아마도 시래기의 전화인 것 같아...... 아아.....'

짧게 신음을 토하며 의식 제로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확인 결과 그건 시래기의 전화가 맞았습니다.)

 

그러고는, 그러니까 토요일 오후 4시 경 잠이 든 도토리는 저녁도 건너 뛴 채

중간에('중간'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히 어느 시간즈음인지는 미스테리입니다) 다람쥐가 깨운 듯한 인상만을 살짝 가지고서

일요일 아침 6시까지 내리 14시간을 자버리는 기염을 토하고 맙니다. 우웩~!!

 

덕분에, 일요일은 늘 9시30분에서 10시 사이에 일어나 10시가 마감인 분리수거를 허겁지겁 해대던 도토리가

정말이지 웬일로, 그러나 그 웬일은 앞서 이야기한 이유로, '일요일 6시 기상'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그래서 마치 지난 겨울야유회때처럼, 배후에서 속닥속닥만 하고 정작 행사에는 쏙 빠지는

참말로 모냥 빠지는 시츄에이션이 재발한 거랍니다.

어흑.... ㅜㅜ (이쯤에서 눈물 한 방울 흘려줘야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기에....)

 

도토리는 왜 나타나지 않는 걸까, 무척 의아해했을 시래기를 비롯한 운영소위분들께 정말이지 깊은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일요일 하루 종일 시래기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말로 이 상황을 전하기가 참으로 궁색하여 차마 전화 못했어요.ㅜㅜ)

대신 다음 운영소위 회의할 때 제가 맛난 거 대접하겠습니다요.

샛별을 통해 알게 된 반짝반짝 아이템이 하나 있거든요.ㅋ

 

지금까지 참으로 허무맹랑하고 시덥잖은 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토닥토닥.... ^^;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도토리가 될 것을 다짐하며 이만 글을 마칠까 합니다.

또다시 불시에 전사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얼른 자러 가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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