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늦게 참석하는 바람에 한라방 아마들과 제대로 인사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3월 한 달을 지낸 한라방, 백두방 아이들의 사진과 사진 속 이야기들을 이슬과 옥수수에게 들으며
참 재미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놀며 배우며 지내고 있구나, 했지요.
사진 구경(?)을 마친 후 늘 그래왔듯 그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늘 그렇듯 시원시원하게 자기 할 소리 똑부러지게 하는, 그러면서도 재미까지 겸한 고등어!
진중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따뜻함과 애정으로 충만한 보리!
자식 걱정하는 마음 일등 선수(?) 오리!
(오리의 이런 걱정이, 다 찬희를 사랑하는 마음과, 내 아들이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좋은 관계를 맺으며 지냈으면 하는 소중한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우리 모두는 다 느끼고 있습니다요~)
스스로를 '올가미 시어미'라 부를 만큼 아들 사랑 둘째 가라면 겁나 서운해 할 열매!
하이톤의 목소리로, 사람을 향한 마음을 (과장하거나 줄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그래서 순수함이 묻어나는 둥글레!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현명하게 문제 상황을 잘 해결해 나가는 에너지!
아이들과 지냈던 이야기를 어쩜 이렇게 재미나게 이야기해주는지 늘 감탄하게 만드는 옥수수!
아이들과의 밀당(!) 과정에서 생기는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며 진솔함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 이슬!
그리고 소위 모임에서 한 번 뵈었던 여울과, 달님, 단미와 함께 '한라에서 백두까지' 이어지는,
술 한 잔 없이(!), 대신 쑥떡(개떡인가?)을 먹어가며 함께한 통합 방모임이었습니다.
* '똑부러짐의 대명사' 알콩과 '매서운 따뜻함의 소유자' 풍경이 참석을 못해 아쉬웠네요.
한편..
아이들의 말표현 '아이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요.
뭔가가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로 '아이씨'를 쓰는데
일곱 살밖에 안 된, 우리 눈엔 여전히 귀엽기만 하고 순진무구한 우리 아이들이
왠지 나쁜 말, 못된 말을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우리 부모된 입장으로서는 왠지 걱정도 되고, '아이씨' 저 말이 참 거슬리게 들리고...
우리 아이가 습관적으로 '아이씨'를 내뱉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그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제 나름의 생각으로는...
우선 우리 부모가 '아이씨'라는 '말'에 걸려서
아이의 자연스런 감정 표현을 방해하거나 억압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걸려하는 것은 '아이씨'라는 말 표현이지
자신의 답답하고 짜증나는 감정을 표현하고 털어내는 아이의 자연스런 행동이 불편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리아이가 '아이씨'라는 말을 할 땐 우선 그 감정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고
짜증나고 불편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서진아, 지금 서진이 뜻대로 잘 안 돼서 짜증이 나나 보네? 에구, 그래 짜증도 나고 화도 나겠다."
"짜증이 많이 날 텐데도 이걸 계속 하고 있는 걸 보면, 이걸 꼭 네 힘으로 해내고 싶은 모양이구나!"
"계속 혼자 해볼래, 아님 아빠가 좀 도와줄까?"
...........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아이가 감정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도운 연후에,
즉 아이의 불편한 감정이 많이 털어지고나서 혹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정리된 이후에 아이가 안정을 찾고 나면
그때 부모가 전하고 싶은 말을 건네야 아이들에게 부모의 말이 '들리게' 되겠지요.
물론 부모가 아이를 이렇게 대할 수 있으려면 그 순간 부모의 마음 또한 잘 비워져 있어야 차분하고 여유 있게 아이를 대할 수 있을 테고요.
아이가 안정되고 나면, 그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진아, 아빠가 서진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돼?"
"앞으로 짜증나고 화날 때에는 '아이씨'라는 말보다 다른 말을 쓰는 건 어떨까?"
"아빠는 '아이씨'라는 말이 왠지 좀 나쁜 말처럼 들리거든."
"그럴 땐 '에이 화 나!', '에이 짜증 나!' 이런 식으로 말해 볼까? 어떠니?"
* '에이 화나', '에이 짜증나' 이 표현들이 아마분들 각자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아이씨'를 대체할 다른 언어 표현을 적절히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그럴 땐 이러이러하게 말해보면 어떨까?"라고 말을 건네도
아이들은 반응이 없거나(특히 남자애들), 부모가 원하고 기대하는 반응이 안 나올 수도 있겠죠.
그래도 아이가, 부모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아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모의 반응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부모는 '말 표현'이 걸려서 "그런 말 하면 안 돼!"라고 하는 건데
아이는 무의식 속에서 '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되는 거구나. 근데 나는 지금 이런 감정이 생기는데... 그럼 내가 이상하고 잘못된 건가?'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통통 홈피에 주저리주저리 적어봤네요.
이제 개나리에 이어 목련이 피고 있어요.
근데 주말엔 비 오고 바람 불고 다시 추워진다는데...
에잉...
어제 느낀건 통통 3년차가 되어서야 내맘이 조금 편해지고 있다? 제가 맘을 아주 천천히 여는 스타일인가봐요. 매서운 따뜻함! 이런 언어 구사력과 한사람 한사람에게 깊은 애정을 가진 도토리 참 멋져요.
아이씨에 대한 도토리 생각도 공감해요. 감정은 허용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현장에서 한번 적용해 볼래요~
오랜만의 도토리 글이 반가워 불금 칼퇴해야하는데 댓글 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