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다양한 공동체, 다양한 삶
마포 성미산 마을에 관심을 갖는 많은 분들의 요청이 있어, 성미산 마을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 1회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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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도시에서의 새로운 시도 - 성미산 마을
이경란
1. ‘메인스트리트’
우리 동네에는 이상하게 불리는 길이 있습니다. 가로이름으로 정한 도로이름은 있지요. 그래도 이 도로이름이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이름이 아닌지라, ‘메인스트리트’라는 우스꽝스러운 말로 이 길을 표현합니다. 길이 넓거나 길지도 않습니다. 한 500미터정도의 길인데, 마을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성서초등학교도 있고, 한쪽 끝은 지하철도 다니는 넓은 길과 한강까지 연결되지요.
왜 길 이야기를 하냐구요? 성미산마을은 가까이에 사람들이 모여 삽니다. 덕분에 도시에서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이웃을 만날 수 있지요. 이 사람들이 주로 오고가는 길이 지금 말하는 ‘메인스트리트’입니다. 굳이 영어를 써가면서 하느냐 할 수 있겠지만, 무어라 이름붙이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지요.
이 길에는 생협 매장과 유기농 반찬가게 동네부엌, 유기농카페 작은나무, 마을과학사랑방인 사이언스카페가 있고요, 동네부엌 3층에는 생협과 마포지역풀뿌리시민단체인 마포연대사무실, 그리고 올해 건교부의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로 선정된 마을만들기팀이 같은 공간을 쓰고 있습니다. 또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동네의 모태가 된 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어린이집이 있고, 반대편 골목에는 또 다른 공동육아협동조합인 성미산어린이집이 새로 터전을 매입해서 예쁘게 단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메인스트리트의 양쪽 끝에서 조금 더 가볼까요? 성미산어린이집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도 있고, 성서초등학교 후문을 지나 성미산을 넘으면 공동육아 도토리방과후 어린이집과, 길을 건너 조금 가면 공동육아 참나무어린이집이 있습니다. 성서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생협의 교육문화공간인 우리마을꿈터가 있네요, 이제 조금 멀어져 볼까요? 이 메인스트리트의 끝인 한강쪽으로 가면 협동조합형 자동차정비소인 성미산차병원과 공동육아 또바기어린이집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우리마을꿈터를 지나 홍대방향으로 좀 더 가면 소출력 공동체라디오 마포 FM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마포장애인자립자활센터와 홍대문화거리가 연결됩니다.
반경 1 KM 정도 거리에 육아, 교육, 문화, 먹거리와 자동차를 비롯한 경제, 휴식공간, 풀뿌리 시민운동, 방송매체활동이 이루어지는 여러 기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 생활전체를 포괄하지는 못하지만, 얼추 이곳에서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질 수 있죠. 식재료준비와 아이들 방과후 교육 또는 육아와 학교교육이 이루어지고, 엄마들의 수다장소도 마련되어 있고, 자동차정비와 맘이 허락한다면 내가 원하는 방송을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메인스트리트를 어떻게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것인가를 둘러싸고 마포구청과 이야기하는 중이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편안하고 아름답고, 자전거와 사람과 자동차가 공존할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램이죠. 지난 7월초의 축제때 노력한 덕분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따로 놀던 주변의 여러 상가들과도 친해졌습니다. 상가친목회도 만들었고, 어쩌면 내년쯤에는 이 상가들과 함께 지역통화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2. 아이들과 어른과 노인과 장애우......모두가 자신을 키워갈 수 있는 마을, 가능할까?
도시의 마을에는 갓난아이부터 죽음을 앞두고 있는 노인까지, 신체건강한 사람들부터 도움이 필요한 장애우와 병자들까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 경계에 있는 사람들, 미용사, 요리사, 화가, 교사, 음악가, 변호사, 세무사, 교수,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삽니다. 이 모든 사람들이 그 곳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도시의 공간은 신체건강하고 집과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죠. 그러다보니 유모차를 끌고 작은 아이 손을 잡고 길로 나오는 어머니들과 천천히 움직이는 노인들과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우 등이 바깥으로 나오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우리 동네는 아쉽게도 놀이터도 부족하거든요. 또 아이를 키울 때나, 교육시키거나, 아이를 키우던 주부가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거나 새로운 일을 찾으려 할 때, 나이든 부모님을 모실 때, 이 모든 일이 개인의 몫입니다. 돈으로 되든지, 인맥으로 되든지, 아니면 포기하든지.
이걸 마을 안에서 마을사람들이 서로 도와서 해결하면 어떨까? 나 혼자 하기는 벅차니 서로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바램은 육아협동조합에서 방과후와 대안학교 설립, 방학프로그램 운영 등, 이러저러 해결되고 있죠. 이걸 좀 더 확대해서 요즘엔 마을교육문화센터만들기와 이를 통한 세대를 걸치는 마을교육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한 영유아와 노인수발을 위한 창업을 준비 중입니다. 장애우와 함께 하는 마을야학과 일자리 만들기, 독거노인들의 반찬과 집수리를 도와주는 자원 활동. 이렇게 마을사람들이 마을에서 일자리를 가지거나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좋겠죠? 그건 그저 일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일을 공익적인 지향에 일치시켜가는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축제를 통해서 일깨워진 문화역량을 지속시켜서 문화동아리와 문화활동가를 키워내는 일도 생각하고 있어요. 밴드와 풍물패와 춤패와 그림쟁이들과 연극패들이 오고가는 마을분위기 좋겠죠? 그건 곧바로 아이들과 여러 주민들의 문화교육프로그램으로 전환될거고요. 또 동네의 메인스트리트를 사람과 자전거 차가 함께 어울리는 멋진 길로 바꿔가기도 이야기 중이요. 구청과 힘을 모아서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골목길도 주민들이 편안하게 오고갈 수 있도록 하는 안전하고 예쁘다면 좋겠죠.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퇴비화사업과 연계된 화분 내놓기와 녹색의 생태축만들기 등.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도시라고 해도 마을이라는 관계로 엮인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이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정부프로젝트 덕분에 이를 실행할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자생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겠지만, 일단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되었죠. 이제 새로운 시작인지라 미숙한 것도 많고, 마음만 앞서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동네 산다고 다 같은 생각인건 아니죠. 하지만 비슷하잖아요? 우리 마음이란. 그 마음 하나하나를 모아 마을을 꿈꾸는 것. 해보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