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07.10.04 23:28

여유를 간직한 삶...

조회 수 2331 추천 수 0 댓글 2
||||도시에서의 생활은 늘 바빴던 기억입니다. 그래서 시골 생활은 조금 더
천천히, 느리게 - 덜 바쁘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하고 여유가 많으리라 기대했던 그 시골 생활도 하루하루가
얼마나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는지, 또 그 하루 안에 해야 할 일들은
얼마나 많은지 잠시라도 멈추어 숨을 고르며 천천히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늘 생각해 오던 것 중 하나는 일(doing)보다 현존(being)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무슨 일을 얼마만큼 잘 해내느냐 보다 그 일들 속에서
어떻게 현존하느냐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제 삶의 모습은 늘 바쁘고 여유 없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여유 없는 마음은 저의 청력(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
과 시력(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점점 잃게 합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목소리 그 너머의 마음을 읽어내고, 소리되어
나오지 않는 아이들의 마음 속 소리를 들으려면 제 마음이 비워져 있어야
하는데 요즈음 제 마음은 이러저러한 일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그저 듣게 되고, 아이들이 보여주는 겉 행동만
을 보고 있었나 봅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꿈터에 다니는 한 아이를 서운하게 했던 날도 전,
시간을 다투는 일들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상황적으로야 제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할 수도 있고, 아이의 행동에 대한
잘못과 제 어려움을 토로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아이의 마음
을 알아주지 못하고 서운하게 했다는 사실입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원칙만을 가지고 그 아이를
만났던 게지요. 유연성을 잃어버린 경직된 마음으로는 그 아이의 마음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게지요.

화들짝 정신이 들었습니다. 내 마음의 눈과 귀가 얼마나 멀어 있었는지,
얼마나 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해 있었는지, 그 일들로 꽉 찬 제 마음과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듣지 못하고 서운하게 했던 것이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 일을 통해 배우는 것은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비워둘 수 있을까?’ 입니
다. 다른 말로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현존해야 하는가?’입니다.

일이 아니라 존재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조금 더
천천히, 느리게 - 여유 있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하겠죠?  

삶은 늘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들을 통해 더 선명해지네요.
그것이 아프지만 또 고맙게 느껴집니다. 더 깨어있으라는 자각에 이르게
하는 그 배움이 참 고맙습니다.



* 위의 글은 얼마 전 제가 가입한 "대화와 실천을 위한 교육사랑방"
까페에서 담아온...한국가톨릭 여성연구원 '품'지 12월호, 풍경소리님
글의 내용 일부입니다...

오늘밤은 반성문을 열장쯤 써야하는 교사의 마음으로 위의 글을 절대 공감
하며 읽어내려가게 되는군요...흑흑...

일이 아닌 존재로 아이들을 만나는 성숙한 교사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 ?
    이슬비 2007.10.05 11:01
    저는 반성문을 한 백장쯤은 써야겠군요.
    너무나 절실히 와닿는 글이예요.
    제가 요즘 종욱이에게 귀도 닫고 눈도 닫아버린 채 살고 있는것 같습니다.
    여유..
    그 여유가 제게는 언제쯤 생기려는지요..
    여유를 갖고 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한 듯 싶습니다..
    햇살..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토끼 2007.10.05 22:59
    이슬비 저도 그러네요. 늘 쫓기듯 정신없이 살고 있어요. 여유, 그것이 언제쯤 올런지. 저도 노력하렵니다. 오늘밤 좋은 글들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해살.. 힘들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 마당

통통의 자유로운 이야기 공간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통통 홍보 동영상 (6분 22초) 관리자 2015.02.09 29870
437 가을들살이때 김밥돈을... 2 바다 2007.10.24 3187
436 [기쁜소식] 터전이전특위 모임 공지 3 방울새 2007.10.23 2749
435 두엄 아버님의 유기농 오대 햅쌀 맛보실분~ 10 방울새 2007.10.21 2700
434 가을 들살이를 무사히.... 4 바다 2007.10.19 2755
433 사진갤러리를 보고 1 구슬 2007.10.18 2384
432 맘대로 집사 9 메기 2007.10.13 2728
431 어린이 경제장터(10.13 토요일 오후2시)가 열립니다. 2 무지개 2007.10.11 3276
430 국제유아교육심포지엄 '늦게 피어도 아름다운 꽃2007' 1 박하사탕 2007.10.09 35108
429 예전에 올린 글인데...다시 한번 -> '맞다-틀리다' 1 하마 2007.10.05 2045
428 한복 필요하신 분~~ 11 해바라기 2007.09.20 2864
» 여유를 간직한 삶... 2 햇살 2007.10.04 2331
426 감사드립니다. 5 까치 2007.10.03 3564
425 2007 공동육아한마당 개최일이 10월 28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지은 2007.10.02 2260
424 터전 이전 특위 1차 모임. 메기 2007.10.01 4755
423 텃밭 작물 관련 메기 2007.09.28 2946
422 나, 여성, 아이들과 세상보기 file 무지개 2007.09.27 2809
421 토요일 등원합니다. 4 아지 2007.09.26 3040
420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박하사탕 2007.09.24 2098
419 ㅎㅎㅎ 추석 잘보내세요... 메기 2007.09.22 2954
418 조합원님들~~~~추석을 맞이하여 교사회 여러분께 덕담 한 말씀 씩 올려 주세요^^ 구슬 2007.09.21 2570
417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2 당근 2007.09.21 2624
416 죄송합니다. 하늘 2007.09.21 3029
415 -도서추천-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가져왔습니다 구슬 2007.09.20 2294
Board Pagination Prev 1 ...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119 Next
/ 119
2025 . 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Thu Jan 16, 202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