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핸드백 안쪽 포켓엔 10/21일 발치한 서윤이의 앞니가 있습니다.
보면 가슴 아프고 눈물 나지만 차마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미 필요 없는 치아이지만 서윤이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서윤이에 대한 제 글에 진심어린 댓글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담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옆에서 걱정과 조언을 해주신 민들레, 달이, 날새께도 감사를 드려요
여러분들의 진심어린 마음 내주심이 정말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그제 홈피에 들어와 11/7일 신입조합원 특위구성에 관한 두꺼비의 글에 대한 에너지의 댓글과
지난 주말(11/11)에 올리신 글을 보게 되었고, 저의 심정과 똑같이 공감하신 에너지의 글을 읽고
두 달이 좀 못된 기간 동안 서서히 체념해왔지만 응어리진 제 가슴에 따뜻한 한줄기 치유의 손길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임시 이사회에서 서윤이일로 논의가 있었고 저희의 일들이 회자된 걸 알았습니다.
조합원들의 댓글을 위안 삼으며 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세달 후면 졸업이고, 졸업하고 나면
교사회는 마음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곧 잊혀지겠지. 그렇게 한두 달 더 지난 후엔 모두에게서 잊히고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겠지!
서윤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치아에 대해 고통과 고민과 선택의 날들이 남아있고, 혹여 내가 올린 글의 여파로
아이에게 좋을 게 없을 거 같아 참으려 했습니다. 아이를 맡기는 엄마의 심정임을 다들 절실하게 아실 겁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11일) 올린 에너지의 글에서조차 댓글 다신 교사가 아무도 없기에
지금은 제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샛별께서 지난 9/23일에 올리신 글에서도 교사들이 주의 깊게 보지 못하고 간과해버려
병원에 바로 가지 못한 큰 과오를 인정하는 내용이기 보단 아이가 유치를 스스로 뺄 수 없다는 편견으로
영구치인지 몰랐고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의 글이란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교사회에서 서윤이에 대해 정말 미안한 마음을 담은 댓글을 기대했습니다.
한 달 후, 물론 다른 조합원들에게 알려야하기에 글을 올렸지만 가장 먼저 달릴 교사들의 댓글을 기대하며,
10/25일 올린 제 글에 역시 한 줄 댓글도 없었습니다.
좋지 않은 결과와 오랜 세월 서윤이가 힘들게 감당해야할 여정을 말한 심각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까지도.
11/2일 걱정하며 전화를 걸어 온 초코에게 “어쩌면 교사들이 댓글 한 줄도 없다”고 어필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전달되었는지 교사회를 위해 초코가 스펀지 역할을 하셔서 전달을 안 하셨는지는 저는 알 수 없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이후 병환으로 인한 부재 시에 발생한 서윤이 일이 본인의 책임이라 마음아파하고 미안해하셨고,
서윤이를 위한 보살핌의 의지를 담은 이슬의 고마운 손편지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과정은 부모와 방담임만 아는 전문적 지식인가요?
교사회 모두 유아교육을 전공하셨으니 영유아의 육체적 발달단계 저희보다 몇 배는 전문적으로 잘 아실 것입니다
아가들이 제일 처음으로 나는 치아가 아래 앞니 두개이고, 가장 먼저 빠지는 치아도 아래 가운데 앞니 두개부터 빠집니다.
이갈이 하면서 영구치도 가장 먼저 아래 앞니 두개부터 나기 시작합니다.
사고 당일 서윤이는 아래 앞니 두개가 또렷이 올라와있었고 옆의 두 번째 이가 양쪽 모두 빠져있는 상태였습니다.
양옆의 2개가 먼저 빠지고 나중에 아래 앞니가 빠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서윤이의 이미 올라와있던 아래 앞니 두개는 영구치인 것이죠.
그리고 영구치는 생긴 모습부터 다릅니다. 치아가 크고 새로 나와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절단면이 뾰족뾰족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의 빠진 유치는 작고 뿌리도 별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9/22일 밤 제가 서윤이 치아가 빠진 걸 발견하고, 경황없던 저를 대신해 달이가 병원에 전화를 걸어주고
늦었지만 치아를 우유에 담아와보란 응급실의 지시대로 치아를 찾았는데 아뿔싸 치아를 넣어둔 가방이 없어 통통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대추씨와 아이들과 함께 뛰어갔습니다.
저는 우유를 사서 통통으로 달려가고 대추씨와 서희랑 서윤이는 2층으로 올라가 가방을 내려왔고,
말아져있는 붕대에 싸인 치아를 꺼내는데 천에 치아가 쩍 붙어 제대로 떨어지지 않고 거즈의 실오라기가 치아에 붙어있어
이걸 물에 씻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잠깐 망설이다 씻지 않고 우유를 조금 따라버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치아를 우유에 담아
아이와 병원으로 직행했습니다. 우유에 담으면서 본 서윤이의 치아는 뿌리가 길고 뾰족한 게 유치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아가 컸습니다.
나중에 재보니 서윤이의 빠진 영구치의 크기는 뿌리까지 무려 1.5 cm였습니다.
교육을 가야하는 교사는 시간에 쫓겨 세심한 주의를 놓칠 수도 있지만, 육아의 실제경험이 있는 교사와
현장경력이 누구보다 많으신 교사가 함께 있었음에도 모두 놓쳤다는 게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샛별께서 “저의 좁은 소견으로는 서윤의 일로 교사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것들이 교사들 자신뿐 아니라
교사들이 힘들어 하면 그것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가기에 되도록이면 제가 그 짐을 지고 싶은 마음이였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제가 다올과 통화하고 만나는 것은 제가 했지요” 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교사들을 대변해
저와 통화하고 만나셨다는데 아이에 대한 일로 10/21일 결과 이후 샛별과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11/3일경 어린이공제조합에서 결과 전화 왔었냐는 확인 정도의 대화 한 번뿐)
홈피의 교사 회의록, 조합원 마당, 교사회이야기, 공지사항, 이야기마당 등 9/22일 이후로 모든 자료를 보았지만
어디에도 서윤에 대한 논의나 고민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교사회 모두 마음고생과 걱정과 도움에 대해 논의─물론 하셨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귀로 직접 들은 게 없으니 답답하고 정말 서운합니다. 표현하지 않는 상대의 속마음을 미루어 짐작해
이해까지 하기엔 제 포용력이 모자랍니다.
발가락의 말씀대로 불행이 닥쳤을 때 더 큰 불행을 기억하거나 상상해서 닥친 불행을 작게 동글동글 말아버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서윤이에겐 가장 큰 불행이었으니 더 큰 불행을 기억할 수도, 상상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네요.
누구에게나 사고는 예기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노력했지만 허망 되게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고 수습과정에서, 관련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사고 당사자나 가족에게
사고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고, 그 사고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위로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윤이와 저희 가족 같은 간절함을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진심은 결국 통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두 달여 동안 저에겐 그 진심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통통에서 항상 소통이 안 된다 어렵다 하는 데, 자신이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데 소통의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윤이에 대한 사과라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하시고요. 그동안 마음은 있었는데 표현할 방법이나 출구가 없어
아쉬움에 하루하루를 보내셨다면 역시 하시고요.
안타까움, 본인의 마음고생도 좋고 향후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셨다면 그런 점도 좋고요.
그 어~떤 것도 좋습니다.
반드시 올려 주실 것을 믿고 또, 기다리겠습니다!
다올, 서윤이 이빨 빠진 날 우리집 거실에서 사색이 된 채 멍하니 서 있었죠.
순간 뭔가 잘못됐구나 느꼈지만 서윤이와 서희가 하원길에 얘기한 그 이빨이
영구치일거라 상상치도 못했지요.
서희의 유일한 여자친구인 서윤이에게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졌더라면,
영구치가 빠질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이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는지.....
너무나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한 듯 해요.
다올이 지난번에 올린 글을 읽고도 제 생각보다 더 오래 힘들어야 하고,
서윤이가 겪어야 할 고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는
몇번이나 댓글을 쓰다가 지우고 또 쓰다가 지우고 결국 올리지 못했었어요
다올,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