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휴,
힉, 헐....
갖가지 한숨.
2월 말 인수인계 때부터 지금까지의 한숨을 모아 풍선을 만들었다면
통통아이들을 두둥실 하늘에 떠올릴 만큼의 양이 될 수도...
원장일을 시작 한 후 어찌 하루가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문과출신인데 숫자랑은 영 친하지 않은데
온통 머리 속에는 세입과 세출, 보육료, 보조금, 임면과 면직신청, 사대보험... 등등
으악~~숫자 계산해서 신고할 일들! 너무 많다. 여기가 경찰서도 아니고...
더군다나 아마들은 보육료를 틀리게 보내시고... 그런다. ㅋㅋ
더불어 여기저기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하루하루 새롭게 탄생한다.
그래도,
떠오르는 숫자과 할 일들을 머리 속에 꾹꾹 눌러 틀어막아 잠그고
귀여운 햇병아리들의 적응을 돕느라 오전 시간을 보낸다.
적응 이주차.
먼저 적응한 해든, 건욱, 은우는 아침에 약간 헤어짐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간 후엔 언제그랬냐는 듯 나들이도 잘 가고, 낮잠도 잘 잔다.
이번 주 등원한 은혁이는 할머니와 함께 아이들과 적응하는데 노력중이다.
할머님께서 힘드실텐데... 걱정이다. 그래도 물심양면으로 은혁이와 아이들을 연결시켜주신다.
참 감사하다.
역시 나들이는 아이들의 울음도 뚝 멎게하는 힘이 있다.
해든, 은우, 건욱이도 통통에서 울다가도 나가서 놀면 금새 뚝, 놀이에 빠진다.
자연의 위대함이여.
꼬물이 4살 아가들은 어제부터 엄마와 떨어져 점심을 먹기 시작했는데
오늘도 점심시간 전 약간의 실갱이를 조금 겪고 아이들과 나무와 하트만의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다.
주헌이와 은준이가 다소 헤어짐이 힘들지만 주헌이는 울음이 짧고 밥에 전념하는 모습. 반찬이랑 밥 모두 뚝딱 고맙다. 다행이다.
한 편 산과 성범이는 밥보다 노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하트가 밥을 잘 먹는 성범이를 사진찍으니 옆에 있던 산 한마디
"대박!" 자연스러운 말투다. 그 이후로 계속 "밥 안먹으면 초콜렛안준다." 를 연신 말하는데
정작 본인은 밥을 잘 안먹는다. 하하~~~ 이러나 저러나 너무 귀여운 녀석들이다.
개구장이 모습으로 통통을 뒤흔들 모습이 상상이 된다는..
가은이는 어제와 다르게 반찬을 가려먹는 모습이 있긴 했으나 그래도 먹성은 참 좋다.
은준이는 밥을 먹으며 하트에게 계속 엄마 확인을 한다. 그래서 밥을 먹고 하원을 했다.
4세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자꾸 작년 한라방아이들의 적응 생활이 떠오른다.
한결이와 이준이의 혈투, 한라방 반장 유승과 새침떼기 정윤과의 커플탄생,
처음 적응이 힘들었으나 낮잠을 잘 자는 체력?덕분에 잘 적응했던 건호,
맘대로 안되면 무조건 울고 보던 수민이...
거의 본능에 충실했던 아이들, 언제 사람되냐며 모두들 걱정했지마는!
아마들과 아이들, 나무의 사랑과 갖가지 노력 속에..
보라, 지금 사람된 아이들의 모습을!ㅎㅎ
지금 아이들의 적응을 바라보며 작년의 일들과 연결짓게 되는 걸 보니
참 경험은 중요한 것 같다.
낮잠시간.
건욱이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고 해서 언어 미술방에서 놀이를 한다.
오늘은 4세들도 자고 가는 첫 날. 은준이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하트의 옛이야길 들으며 잘 잔다.
누구는 코까지 곤다는데...
그러나 가은이도 건욱이와 마찬가지로 낮잠거부.
그래서 나무와 조용한 한 때를 모양종이로 꾸미기 놀이를 한다.
건욱이는 가은이가 '풀'하면 풀을, '종이'하면 종이를 바로바로 가져다주는 친절함을 보이고,
가은이는 시종일관 '도와줘~' 를 외친다. (가은인 도와줘 한마디만 하면 당연하게 도와주는 줄 아는 듯)
모양종이찍기 틀이 좀 무겁고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가은이가 안되는 것을 억지로 누르며
입으로 '탕! 탕! 탕! ' 소리를 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건욱, 지렁이 기어가는 억양으로 "탕은 목욕탕인데~ " 한다.
순간 나 혼자 '큭!' 내가 왜 웃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건욱이도 모르더라.
얼마후 이슬이 벌개진 얼굴로 방에서 나온다.
"한결이가 아직 안자요"
바로 내가 투입, 한결이 옆에 누웠다.
한결아 오랫만에 누워보는구나, 한결아 요즘 너 너무 밥도 잘먹고 잘 놀더라...등등의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한결이 스스륵 눈을 감으며 나무 사랑해, 나무집에 초대해줘... 그런다.
그래, 그러자... 대답들으며 꿈나라.
아, 나도 잠 온다. 하지만 안돼~ 나에겐 지금부터 해야할 일들이 수락산 만큼 쌓여있다구.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을 빠져 나온다.
건욱과 가은 여전히 잘 논다.
2층으로 올라온 나.
이제 본격적으로 나무의 일을 진행한다.
또 한숨으로 시작,
보조금 신청 완료,
전기요금 사회복지시설 할인신청 접수 완료,
안전공제회보험 가입 완료,
안전교육 계획안 작성 완료...
그래도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일들이 완료되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볍다.
아, 금요일이구나.
그래도 서서히 일의 흐름을 익혀가고 해결되는 일도 많으니 마음의 여유도 곧 생길 것 같다.
바쁜 것 티 내듯
2층방 아이들과 얼굴 맞대고 이야기 나눠본지가 언젠지,
옥수수 담쟁이가 뭘하는지 관심도 못가져주는 것 같아 미안하고(너무 알아서들 잘 하니까.)
하원할 때 아마들 얼굴도 못보고...
참 이렇게 학기 초를 보내고 이런다.
미안함이 많다.
그래!
다음 주 부터는 나도 적응기를 마치고 의연하게, 힘차게 살아야겠다.
신입 아이들도 이젠 엄마와 잘 헤어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통통생활에 물들어 가겠지?
열심히 도와주어야겠다.
잘 해보자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