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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9 18:42

나무의 적응일기.

조회 수 5062 추천 수 1 댓글 13

하아....

휴,

힉, 헐....

갖가지 한숨.

2월  말 인수인계 때부터 지금까지의 한숨을 모아 풍선을 만들었다면

통통아이들을 두둥실 하늘에 떠올릴 만큼의 양이 될 수도...

원장일을 시작 한 후 어찌 하루가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문과출신인데 숫자랑은 영 친하지 않은데

온통 머리 속에는 세입과 세출, 보육료, 보조금, 임면과 면직신청, 사대보험... 등등

으악~~숫자 계산해서 신고할 일들! 너무 많다. 여기가 경찰서도 아니고... 

더군다나 아마들은 보육료를 틀리게 보내시고... 그런다. ㅋㅋ

더불어 여기저기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하루하루 새롭게 탄생한다.

그래도,

떠오르는 숫자과 할 일들을 머리 속에 꾹꾹 눌러 틀어막아 잠그고

귀여운 햇병아리들의 적응을 돕느라 오전 시간을 보낸다.

 

적응 이주차.

먼저 적응한 해든, 건욱, 은우는 아침에 약간 헤어짐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간 후엔 언제그랬냐는 듯 나들이도 잘 가고,  낮잠도 잘 잔다.

이번 주 등원한 은혁이는 할머니와 함께 아이들과 적응하는데 노력중이다.

할머님께서 힘드실텐데... 걱정이다. 그래도 물심양면으로 은혁이와 아이들을 연결시켜주신다.

참 감사하다.

역시 나들이는 아이들의 울음도 뚝 멎게하는 힘이 있다.

해든, 은우, 건욱이도 통통에서 울다가도 나가서 놀면 금새 뚝, 놀이에 빠진다.

자연의 위대함이여.

 

꼬물이 4살 아가들은 어제부터 엄마와 떨어져 점심을 먹기 시작했는데

오늘도 점심시간 전 약간의 실갱이를 조금 겪고 아이들과 나무와 하트만의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다.

주헌이와 은준이가 다소 헤어짐이 힘들지만 주헌이는 울음이 짧고 밥에 전념하는 모습. 반찬이랑 밥 모두 뚝딱 고맙다. 다행이다.

한 편 산과 성범이는 밥보다 노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하트가 밥을 잘 먹는 성범이를 사진찍으니 옆에 있던 산 한마디

"대박!" 자연스러운 말투다. 그 이후로 계속 "밥 안먹으면 초콜렛안준다." 를 연신 말하는데

정작 본인은 밥을 잘 안먹는다.  하하~~~  이러나 저러나 너무 귀여운 녀석들이다. 

개구장이 모습으로 통통을 뒤흔들 모습이 상상이 된다는..

가은이는 어제와 다르게 반찬을 가려먹는 모습이 있긴 했으나 그래도 먹성은 참 좋다.

은준이는 밥을 먹으며 하트에게 계속 엄마 확인을 한다. 그래서 밥을 먹고 하원을 했다.

4세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자꾸 작년 한라방아이들의 적응 생활이 떠오른다.

한결이와 이준이의 혈투, 한라방 반장 유승과 새침떼기 정윤과의 커플탄생, 

처음 적응이 힘들었으나 낮잠을 잘 자는 체력?덕분에 잘 적응했던 건호,

맘대로 안되면 무조건 울고 보던 수민이...

거의 본능에 충실했던 아이들, 언제 사람되냐며 모두들 걱정했지마는!

아마들과 아이들, 나무의 사랑과 갖가지 노력 속에..

보라, 지금 사람된 아이들의 모습을!ㅎㅎ

지금 아이들의 적응을 바라보며 작년의 일들과 연결짓게 되는 걸 보니

참 경험은 중요한 것 같다.

 

낮잠시간.

건욱이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고 해서 언어 미술방에서 놀이를 한다.

오늘은 4세들도 자고 가는 첫 날. 은준이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하트의 옛이야길 들으며 잘 잔다.

누구는 코까지 곤다는데...

그러나 가은이도 건욱이와 마찬가지로 낮잠거부. 

그래서 나무와 조용한 한 때를 모양종이로 꾸미기 놀이를 한다.

건욱이는 가은이가 '풀'하면 풀을, '종이'하면 종이를 바로바로 가져다주는 친절함을 보이고,

가은이는 시종일관 '도와줘~' 를 외친다. (가은인 도와줘 한마디만 하면 당연하게 도와주는 줄 아는 듯)

모양종이찍기 틀이 좀 무겁고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가은이가 안되는 것을 억지로 누르며

입으로 '탕! 탕! 탕! ' 소리를 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건욱, 지렁이 기어가는 억양으로  "탕은 목욕탕인데~ " 한다.

순간 나 혼자  '큭!' 내가 왜 웃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건욱이도 모르더라.

 

얼마후 이슬이 벌개진 얼굴로 방에서 나온다.

"한결이가 아직 안자요"

바로 내가 투입, 한결이 옆에 누웠다.

한결아 오랫만에 누워보는구나, 한결아 요즘 너 너무 밥도 잘먹고 잘 놀더라...등등의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한결이 스스륵 눈을 감으며 나무 사랑해, 나무집에 초대해줘... 그런다.

그래, 그러자... 대답들으며 꿈나라.

아, 나도  잠 온다.  하지만 안돼~ 나에겐 지금부터 해야할 일들이 수락산 만큼 쌓여있다구.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을 빠져 나온다.

건욱과 가은 여전히 잘 논다.

 

2층으로 올라온 나.

이제 본격적으로 나무의 일을 진행한다.

또 한숨으로 시작,

보조금 신청 완료,

전기요금 사회복지시설 할인신청 접수 완료,

안전공제회보험 가입 완료,

안전교육 계획안 작성 완료...

그래도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일들이 완료되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볍다.

 

아, 금요일이구나.

그래도 서서히 일의 흐름을 익혀가고 해결되는 일도 많으니 마음의 여유도 곧 생길 것 같다.

바쁜 것 티 내듯

2층방 아이들과 얼굴 맞대고 이야기 나눠본지가 언젠지,

옥수수 담쟁이가 뭘하는지 관심도 못가져주는 것 같아 미안하고(너무 알아서들 잘 하니까.)

하원할 때 아마들 얼굴도 못보고...

참 이렇게 학기 초를 보내고 이런다.

미안함이 많다.

 

그래!

다음 주 부터는 나도 적응기를 마치고 의연하게, 힘차게 살아야겠다.

신입 아이들도 이젠 엄마와 잘 헤어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통통생활에 물들어 가겠지?

열심히 도와주어야겠다.

잘 해보자 아이들!!

 

 

 

 

 

   

 

 

 

 

 

  • ?
    옥수수 2012.03.09 20:04
    나무~ 또 혼자 주말에 통통에 나와서 추워서 흘쩍훌쩍 거리지 말아요. ^ ^ 이번 주말은 집에 꼬~옥 붙어 있어. 아...법인총회.(놀리는거 아님) 잘 다녀와요. 하하하하.이것참 미안하네.하하하하.아..이것참. 하하하하
  • ?
    아지 2012.03.10 12:03
    아이들 적응에, 행정 일에...... 많이 바쁘시지요 ?
    힘내시와요 ~
    전쟁같은 학기초가 지나면 좀 나아질까요 ?
    요즘은 학교도 1년내내 학기초같아서 ㅠㅠ
  • profile
    도토리 2012.03.11 00:55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글을 참 좋아합니다.
    이런 글에는 뭐랄까... '사람내음'이 나요.
    나무 얼굴 몇 번 보며, 원장으로서의 하루하루는 어떨까, 참 궁금하고
    요새 어찌 지내나도 궁금했는데 이렇게 글을 통해 알려주고 나눠주니 참 좋네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새로 들어온 아이들이 어찌 지내고 있는지도 훤히 보여 좋구요.
    우리, 4월부터는 다시 베짱이 모임도 하고 그러면서 좀더 여유있고 잼난 통통생활 만들어가자구요!! ^^
  • profile
    계란 2012.03.11 09:39
    나무...고마워요. 건욱이가 낮잠을 안 잘 때 한참 동안 업어 주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3년 동안 쉬던 직장으로 돌아가니 건욱이보다 제가 더 적응이 힘들어, 통통 선생님들보다 건욱이를 더 돌보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어요. 나무와 이슬, 청포도..모두모두 마음 많이 써 주고 있으심이 느껴져..가슴이 울리네요. ㅜ.ㅜ 감사합니다. ^^ 그리고 힘내세요!!
  • ?
    바위 2012.03.11 10:53
    나무 힘내세요 우리 현승, 현민이가 등원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이슬이 바위 아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진지하게 해주시던 제게는 진정 중요한게 무엇인지 깨우치게 했던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이거 열음식때 멋있게 해야했었는데ㅡ.ㅡ 나무 잘하실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잘못하면 좀 어떻습니까^^
  • ?
    보리 2012.03.11 23:04
    나무~~~~~~~


    화이팅!!!!
  • ?
    초승달 2012.03.12 00:56
    주헌이 울음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는데...금방 그치고 잘 지냈다는 말 듣고 대견하기도하고 안쓰럽기도하고 그랬네요.
    대성통곡하는 주헌이 번쩍 안고 2층으로 올라가던 나무 모습이 생각납니다. 넘 고마웠는데 이렇게 마음을 전하네요.
    감사합니다~^^
  • ?
    고등어 2012.03.12 12:55
    미안합니다 안그래도 많은업무를 보탰습니다.
    6살 된 아들 보육비 다섯살치로 내고.
    저도 정신이 없어요.ㅋㅋ
    우리 모두 정신 없는 학기초 힘내서 잘 넘겨봐요.
    다들 화이팅!!
  • ?
    잘살자 2012.03.12 13:12
    탕은 목욕탕인데... 압권입니다~~; 고생이 많으셔요, 감사합니다.
  • ?
    진도 2012.03.12 16:21
    오늘도 꽃샘추위에 아침바람이 써늘한데 등원하는 아이 밖에서 사진찍는 모습보고 안쓰러웠습니다. 꼬마들이 빨리 적응해야 할텐데 힘내세요^^ 화이팅!!
  • ?
    날새 2012.03.13 13:39
    통통 문앞에서 악쓰면 울던 현승이 적응때가 생생
    통통의 교사와 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엄마 아빠도 기다림을 배우며
    초등생으로 의젖한 모습으로 컸어요^^
    나무~힘내세요
  • profile
    청포도 2012.03.14 22:13
    나무! 잘하고 있잖아요. 우리 신입 꼬마친구들 적응시키기에 불철주야 고심하고 노력하고 있는 이슬과 하트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는 나무를 보면서 .. '공동체가 이런거구나' 했어요.
  • profile
    봄돌 2012.03.16 11:35
    너무 수고가 많으십니다. 재정소위 다녀왔더니... 보육료 관리가 통통에서 아주 중요한 일인데... 나무가 맡아서 하신다고 하더라구요. 쉽지 않을텐데... 응원합니다. 서울시 인증 그것도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것만이 살 길이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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