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푸른 나무와 나뭇가지사이로 쪼르르 달음질치는 청솔모, 파아란 하늘, 뽀송뽀송한 하얀 구름이 보인다.
지금은 오후 4시, (서울은 아마 오전5시 이곳과 13시간 차이)아침 7시30분쯤 일어나 말씀 묵상을 하고 8시에 아침을 간단하게 토스트로 먹고 밑반찬만들기를 시작했다. 어제 마트에서 가장 저렴하게 사 온 것들로 밑반찬을 만들었다. 하루 세끼를 4식구가 먹으니 금방 반찬이 동이 나고 사먹는 것은 워낙 비싸고 우리 입맛에도 별로다. 무생채나물, 오이무침, 호박나물을 만들면서 간간히 일어나는 가족들의 아침을 토스트로 챙겨주고 반찬을 다 만들고 나니 벌써 오후 12시이다. 그래서 점심은 아침에 밑반찬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을 이용하여 비빔밥을 해먹었다. 아들과 남편은 도서관으로 가고 나는 오후에 멸치볶음을 하고 머리를 감고 이제야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통통홈피를 사알짝 열어보니 반가운 얼굴들, 이야기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반가운 마음에 나의 이야기를 올려 본다.
미국 미시간주 그랜래피즈 캘빈대학교에 연구년으로 온 남편을 따라 온 가족이 이 곳에 온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못되었다. 이곳에서 일상은 거의 매일 비슷하고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인다. 아직 아이들은 방학, 9월 4일부터 학교에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함께 일어나 아침 먹고 자신의 공간에서 잠깐 자신만의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모두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4시 30분쯤 모두 학교 수영장에서 수영 또는 다른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설거지는 저녁 설거지 당번인 아들에게 맡기고 나와 남편은 학교 주변을 1시30분 정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저녁 9시30분에서 10시 사이에 모두 모여 예배를 드린다. 성경의 제일 처음인 창세기를 읽고 남편이 말씀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우리는 말씀을 함께 나누고 또 하루의 생활을 나누고 자신의 감정을 나누기를 한다. 어떤 날은 2시간씩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한다.
처음에 와서 시차적응이 안되서 한주동안 힘들었다. 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하나씩 채워가느라 분주하고 온 가족이 모두 함께 하루 종일 있어 본 적이 없는지라 서로 삶의 형태가 다르고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어 서로 이해하기 참 힘들어했다. 남편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성격, 아들은 아버지의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들을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 이 곳 사람들이 우리 남편 영어를 못 알아들어 아들이 아버지를 대변하는 상황이 많아지니 아들이 나중에는 짜증을 내고 남편은 또 아들의 짜증을 힘들어 하고, 딸은 딸대로 아빠에게 불만이 많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이 아빠를 공격하는 모습이 참 불편했다. 이렇게 모든 가족이 예민해져 있었다. 저녁마다 예배를 드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의 감정표현, 아들, 딸, 그리고 나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며 울기도 여러 번... 이러한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한 가족으로 20년 가까이 살아가고 있지만 세상이 가족들 간에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들을 빼앗아 갔다.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되는데 그 관심은 시간이 필요하다. 남편도 자신의 일,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고 달려왔고, 계속 연구하고, 가르치고, 학교의 일을 처리하기도 바빴던 날들이었다. 그래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유아기, 학령기,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많지 않다. 특히 유아기, 학령기는 거의 아이들의 잠자는 모습만 주로 보았고 아이들이 청소년기에는 아이들이 바빴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 곁을 떠나는 준비를 하는 큰 아이와의 시간은 참 귀하다. 요즘 아들과 많이 다투기도 하지만 아들과 매일 함께 공부하고 축구하고 테니스치고 스쿼시하고 걷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귀하다. 아들이 이제 10월이면 미국대학입학시험을 본다. 또 미국대학을 가기위해 에세이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빠, 엄마의 자란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아빠의 LIFE STORY, 엄마의 LIFE STORY를 하고 우리 삶의 이야기(결혼, 가정, 자녀양육 등)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아들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었다.
미국까지 와서 우리가족은 다람쥐쳇바퀴 돌듯이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부자가 된 것 같다. 가족이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해가며 닮아가며 함께 좋은 꿈을 꿀 수 있어 참 좋다.
이 곳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현재의 시간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전의 기억들도 참 좋지만 현재를 어떻게 살고 감사하는 가, 또 함께 있는 사람들과 충실하게 섬기며 사랑하며 사는가 그리고 미래는 지금, 현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를 충실하게 놀 줄 아는 아이들, 현재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들, 현재 믿어주는 사람들이 많은 아이들이 미래에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사랑을 주고 믿음을 주고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거예요. 통통의 모든 아이들이 모두 그런 사람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어요. ^^
가족이 모두 함께 지내는 귀중한 시간, 갈등을 직면하고, 이해하고, 슬기롭게 넘기는....
샛별의 지혜를 배우고 싶네요.... 미국에서 지내는 이야기 또 들려주세요... 샛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