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의 ‘2012년 학업중단학생 재정지원사업 공모’와
국무총리실의 ‘대안교육 발전방안’에 관해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 부모연대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는 '학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별성을 존중하면서도 건강하고 공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즐겁고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다.
우리는 대안교육의 이름으로 아이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하고 공적인 가치의 배움을 위해 십여년을 애써왔다. 지난 날을 돌아보면 우리도 국가라는 공동체를 건실하게 만들어가는 귀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독특함과 고유한 성향을 존중하면서도 생명과 평화, 자유와 인권, 그리고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공적인 가치를 자각과 학습을 통해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왔다. 그렇게 서로를 살리면서 스스로 서왔던 지난 날들을 돌아보노라면 저 푸른 가을하늘처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는 사실 국가가 공교육이란 이름으로 마땅히 했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도교육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기에 우리가 손수 나서 울타리를 넓히고 새로운 교육의 본을 세워왔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도 공교육을 해온 셈이니 한 국가의 주인들로서 손색이 없는 일을 해왔다고 믿게 된다.
정말이지 지금의 제도교육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파온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온갖 방식으로 버려지고 있고 죽어가고 있다. 그 속에서도 쓰러지는 교육을 바로 잡으려 애쓰는 교사들과 부모들, 교육관계자들이 있어 희망을 놓지 않게 되고 그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해에 7만명씩이나 학교 바깥으로 뛰쳐나가는 아이들을 더는 내버려둘 수 없어, 법적 근거도 없는 계획을 세우면서까지 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교과부가 대안교육을 지원해온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우리들이 내는 세금에 비하면, 그리고 일반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교육지원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돈이지만, 몫돈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던 목공구와 같은 교구재 구입이나 시설물 개보수, 양질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에 그 돈이 요긴하게 쓸 수 있었기에 반갑고도 고마운 마음으로 잘 써왔다.
하지만 2006년부터 시행해온 '미인가 대안교육기관'이란 명목이 뭐가 문제인지 2009년부터는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고 거부하는 '학업중단학생'이란 굴레를 덧씌워 자존감에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정작 당사자들이 싫어하는 용어를 굳이 쓰려는 이유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 몇 번이고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학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우리가 중단한 것은 인격적인 교감을 느낄 수 없고 개별성이 존중되지 않으며, 생태, 평화, 자유, 인권, 공동체와 같은 건강하고 공적인 가치에는 무심한 채 그저 입시와 출세로만 몰아가는 제도 교육이었다. 그런 배움으로는 인격이 고양되기 어렵고 삶을 부정적으로 보기 쉽다. 학교를 그만 두는 이유가 그것 말고 더 있겠는가? 염려해서 하는 말이지만 예전과 달리 최근의 교육부 담당자들은 표정이 매우 굳어있고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저렇게 죽어가고 학교를 뛰쳐나가면 부끄러움과 미안함으로 국민인 우리를 만나야 하지 않는가?
'학업중단' 명목의 재정 지원은 우리에게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 판단해 첫해(2010년)에는 거절했다. 우리가 오죽하면 그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그냥 주겠다는 지원금을 다 마다하겠는가. 모욕을 견디며 돈을 받으라는 것은 이성인들의 대화가 아니다. 이듬해인 작년은 아예 우리가 만든 양식과 내용을 제시하고 용어도 '공교육 중단학생 재정지원사업'으로 고쳐서 일괄 제출하였다. 다행히 담당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후속 협의를 통해 서로 존중하며 이 사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하였기에 상황이 진전되는 것 같아 감사하며 올해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후속 협의는 한 번도 없었다. 올해에도 담당자는 두 번이나 바뀌어 뭐든 다 처음부터 설명해야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우리쪽이 먼저 면담을 요청하여 대화를 통해 우려스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애를 썼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관료들과 대화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인 것 같다. 9월18일, 교육과학기술부 일반알림 게시판에 오른 '2012년 학업중단학생 교육지원사업 공모계획'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타협안으로 내어놓은 '학교 밖 청소년'이란 표현은 국가기관인 청소년정책연구소에서도 몇년 전부터 공식적으로 쓰고 있고 경기도와 서울시를 비롯해 지자체들이 속속 관련 조례를 재정하며 공식명칭화하고 있는데 왜 유독 교육부만 외면하는가. 그렇게 굳은 태도로 변화 속에 몸부림치는 한 국가의 교육 현실과 미래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는지 걱정이 될 따름이다.
애초에 관료들의 국가와 우리들의 국가는 서로 다른 것이었을까. 사업의 취지와 목적보다는 자구 하나에 마음 졸이며 그저 별탈없이 진행되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자니 안스럽기까지 하다. 오랜 기간동안 대안교육의 이름으로, 사적인 이익을 내세우기 보다 좀더 건강하고 공적인 가치를 실현하려고 애써온 처지에서 보면 누가 공무원인지 헷갈리기조차 한다. ‘학교밖 학생’을 지원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둘러대지만 어차피 이 사업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사업이 아닌가? 학교 안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모두 이 나라 국민이고 어디에 있든 배움의 의지로 학업의 길을 가고 있다면 마땅히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덕목이 아닌가 진지하게 묻는다.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공적인 내용으로 배움과정이 이뤄지고 있다면 그에 따른 공적 자원의 지원은 당연한 일이라는 소신을 갖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니 귀담아 들어주길 바란다. 이번 사업계획서에 들어있는, 이전에는 없던 이상한 문구에 관한 것이다. 지원제외시설 항목에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교육하는 시설’을 왜 넣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 지난 8월 27일자로 국무총리실 보도자료로 나온 <제11차 교육개혁협의회, '대안교육 발전방안' 확정 발표>에 그 표현이 나왔을 때 고무줄 같은 그 애매모호한 잣대로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대안교육현장을 길들이려 드는 것 아닌가 우려했는데 이제 그 실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진심을 다해 말하건대 이 문구가 우리의 상식을 넘어선 방식으로 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 지만 담당자도 이미 언급하였듯이 일부 정치적으로 편향된 언론이 그 관점으로 우리 대안교육현장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생명평화 가치구현의 교육활동을 어처구니 없는 여론몰이로 낙인찍는 짓에 편승한다면 우리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만에 하나 그 항목에 기대어 제외된 대안교육현장이 나온다면 진지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다. 해명을 하지 않거나 그 해명이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이성에 기대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 그 부당함에 대해 우리도 정당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음을 미리 알린다. 사실과 진실에 바탕을 두고 이뤄져야할 교육행정이 억측과 편견으로 만들어진 풍문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소릴 우린 하고 싶지 않다. 우리도 비판과 비난보다는 긍정과 애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더욱 아름다운 사회가 되도록 애쓰고 싶다. 그러니 우리가 너무 예민하게 걱정했다며 안도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일로 해마다 신경을 쓰고 아이들에게 돌아가야할 마음과 힘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순수한 마음도 알아주기를.
그러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대안교육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더이상 이런 일로 관청을 다니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일반 예산이 아닌 특별교부금으로 편성된 이상은 언제나 불안하다. 사실, 지금이라도 담당자들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건만 정치적으로도 의견 충돌이 없는 이 영역에서 왜 그리 소심한지 모르겠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우리는 국회의 입법과정에 협력하고 있으며 이제 곧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물론 그 법안이 우리의 이상을 다 안고 있는 것은 아니나 우리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얻을 생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현실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제출된 새로운 법안에는 우려스런 점들이 있다. 지나치게 등록제를 강조하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는 국무총리실의 대안교육 발전방안과 통하는 점이 있다. 법적 인정과 재정 지원에 초점 맞춰진 것이 아니라 관리와 감독을 통해 자유정신과 공적 가치 실현의 의지로 가득 찬 대안교육현장을 길들이려드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안교육의 탁월한 장점이 자율성과 공공성인데 그걸 망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신중하게 접근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여간 이 모든 것이 기우이길 바란다. 우리도 따뜻한 사람들이다. 그 춥고 어둡던 날들 속에서도 이 온기로 아이들을 품어왔고 그 아이들은 행복감 속에서 밝게 잘 자라고 있다. 그러니 우리를 싸움꾼으로 몰아가지 말아달라. 우리의 아이들이 부당한 대우에 분통을 터뜨리며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도록 해달라.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의 교육적 선택을 존중받고, 마땅히 누려야할 배움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 뿐이다. 그리고 부디 공교육이 진정한 공교육이 되어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 뛰쳐나오게 했으면 좋겠다.
긴 말이었다. 짧게 줄여 알아듣기 쉽게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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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현장은 ‘학업을 중단한 곳’이 아니다. 제도 학교 밖이지만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건강하고 공적인 가치들을 중심으로 즐겁고도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다. 그러니
‘학업중단학생’이란 말은 쓰지 말기를 바란다. 대신 ‘학교 밖 청소년’이 적절한 것으로 여겨진다. -
재정지원 제외시설 항목에서 첫째 항목(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교육하는 시설)과 마지막 항목(기타 시설 운영과 관련하여 수사 중이거나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시설)을 빼거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표현으로 고쳐야 한다. 특히 ‘정치적 편견’이란 표현은 아예 지우고, ‘사회적 물의’의 내용을 ‘재정과 도덕성’에 한정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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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는 대안교육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적인 가치의 교육이라는 원래의 취지에 맞게 구현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는 제도 교육의 안팎을 넘어 모든 국민이 지닌 교육기본권을 건강하게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늘은 하루가 다르게 맑고 환하게 푸르러지며 아름다운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지상에서도 그러기를.
2012년 9월 27일
대안교육연대, 대안교육부모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