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임
결혼전에 콩나물이 나눔의집 관련된 일을 하게 되면서 졸업조합원인 호빵맨과 산을 알게되었고
그들을 통해 통통어린이집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혼 하고 석호를 낳고 부터 줄곧 어린이집은 통통에 보낸다 라는 암묵적인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 전 조합원들의 이야기와 우리의 육아 의지가 일치 하기도 하였고 지역에서 풀뿌리 자치
활동에 대한 의욕이 있었던 터라 조합생활등에도 많은 기대와 설렘이 있었습니다.
활달한 기질의 콩나물 덕분이기도 하지만 신입조합원 교육 첫날부터 기존 조합원인줄 알았다는 등의
소리를 들으며 즐거운 생활의 변화에 만족 했었습니다.
초기 생활엔 고래의 도움이 컷던 것 같습니다.
같은 보람아파트에 거주 하면서 마실도 많이 가고 고래의 친화적 성격과 의욕적인 통통 아마 활동에 많이
동화 되었지요.
느타리버섯을 직접 배양해서 통통의 밥상에 올려 놓자고 고래 주도로 시래기와 함께 양평까지 가서
참나무를 사와 터전에서 버섯 배양균을 심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오랫만에 느끼는 삶의 활력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겪었던 두 초보들의 생소함에 대한 불안과 불편함과 헌신의 버거움을 벗어난 자유로움에
더해져 정말 신났던 것 같아요.
내적 갈등
통통에 다니면서 내가 아이에게 엄청난 집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끝없이 퍼주는 어버이의 미덕에 대한 무의식인지, 성격상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이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더군요.
아마 콩나물에게 서운하게 생각하고 괘씸하게 느껴졌었던 일들이 가만 보면 모두 이놈의 집착 때문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지금도 많이 나아지진 않았지만 석호가 통통 생활에서 부딪친 위기들(아마도 제가 위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따지다 보니 어느새 내 속에 작은 불신이 자라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석호 당사자가 아닌 부모인 내가 느끼는 불신과 간섭과 참견으로 인해 석호에게 자기들만의 세상에 섞여서
그에 맞는 성공과 실패를 겪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을 많이 했답니다.
결국 석호의 또래끼리의 세상에 내가 가급적이면 개입하지 말자 라는 하나의 원칙을 세우긴 했습니다만 생각대로 되진 않더라구요...^^;
어쨋든 그런 과정을 거쳐 석호는 점점 더 통통에 익숙해져 가고 변해가고 성장해 갔습니다.
생활의 발견
아마 활동은 주기를 타는 것 같더군요.
한창 열심히 하면 곧 피로해 졌고, 잠시 충전을 하고 나면 다시 열심히 하고 그랬었던 것 같아요.
아마 석호가 4살부터 통통에 다녔으면 조금 더 환상적으로 즐길 수 있었을텐데 3년은 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공동육아의 교육적인 측면보다는 조합이라는 조직 측면으로 많이 접근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에 낯설고 민망하기도 해서 많은 분들과 함께 많은 교류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뒷풀이 시간이 즐겁고 누가 번개 한번 쳐주면 고맙고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망과 다짐과 피로와 못본척을 번갈아 가며 마음의 변화를 겪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좋았던
기억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졸업할 즈음의 내 생활은 모든 것이 통통에 맞추어져 있음을 느낍니다.
콩나물이 직장을 다니면서 더더욱 밀착된 패턴이 되버렸네요.
사회생활 면에서는 손해보는 부분도 있지만 저는 그 정도는 감수하고도 내 생활의 행복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 했다고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습니다.
젊어서 느끼기 힘들었던 생활의 만족을 이제야 느끼게 되네요.
갑자기 오늘 뭔가 이야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서 없이 글을 써봅니다.
석호를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던
가을, 이슬, 담쟁이 선생님들
그리고
박하사탕, 샛별, 나무 원장님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함께 했던 많은 조합원 가족분들
제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하지만 함께 했던 그 날들을 가끔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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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원
골
에
서
다
시
만
나
요~~
들어 오는 사람이 있네요.
떠날려니, 짠~~~하죠?
다시와요. 둘째데리고~~~호호
노원골 놀이터가 있어 좋은 사람 계속 만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