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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4478 추천 수 0 댓글 9

어린아이였을 때 나는 종이돈이 생기면 몽땅 과자를 사먹어야지 했습니다.

어른들은 왜 종이돈을 여러 장 두고도 돈 없어 큰일이다 하는지 알 수가 없었죠.

   

소녀였을 때 나는 나만의 방과 침대가 생기면 종일 거기서 뒹굴어야지 했습니다.

어른들은 왜 안방을 두고도 쫓기고 몰려다니며 비워두는지 알 수가 없었죠.

   

성년식 즈음에 나는 차가 생기면 새벽 두 시라도 동해바다를 향해 달려야지 했습니다.

어른들은 왜 차를 두고도 기껏 일터와 집만을 오가는지 알 수가 없었죠.

   

신혼 초 나는 작으나마 변변한 집이 생기면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리라 했습니다.

집주인들은 왜 마당 끝까지 방을 늘여 전세를 들이는 데만 열올리는지 알 수가 없었죠.

   

엄마가 되었을 때 나는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만 자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했습니다.

학부형들은 왜 성적 때문에 멀쩡한 아이를 한심한 아이로 몰아 부치는지 알 수가 없었죠.

 

어제, 늦은 밤 차를 몰고 슈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게는 여러 장의 종이돈이 있어.

그런데 방금 과자 같은 건 사지 않았지.’

   

이제 돌아갈 방에는 물론 널찍한 침대가 있어.

하지만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속 편히 드러누울 수가 없지.’

   

이렇게 꽤 멋진 차도 있어.

그런데 한 번도 새벽 두시에 동해바다를 향해 달려본 적은 없지.’

   

그러고 보니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을 때에도

꽃은 심었지만 늘 뭔가에 바빠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몽땅 시들게 했네.’

   

아이도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었어.

헌데 그것만으로는 밥 먹고 살 수 없다며 피곤한 아이를 흔들어 깨우지.’

  

인생이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인생은 참 원하는 대로 되었습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을 자꾸만 바꾸었지요.

하나가 이루어지면 더 큰 것으로.

그 탐욕이 부끄러운 줄 모른 채 인생 참 고달프다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고분고분 인생은 내 바람을 다 들어주었건만.

 

  • ?
    아지 2013.11.27 08:25
    유승이에 이어 수두에 걸린 유찬이를 혼자 집에 놔두고 출근하여
    매일 아침 들르던 작가 오소희씨의 블로그에서 글을 만났습니다.
    아이는 이제 9시간 남짓 혼자 집에서 지낼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전전긍긍 왜 수두에 걸렸을까 머리가 복잡한 엄마......
  • ?
    에너지 2013.11.27 09:12
    저는 두근두근 내 인생과 관련된 글인 줄 알고 들어왔는데 아니네요.^^
    새벽에 동해바다로 달리는 거... 꼭 해 보고 싶네요~
    유찬이가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있으면.. 심심하겠어요. 친구들과 노는 게 가장 좋은 유찬인데..
  • ?
    다람쥐 2013.11.27 11:05
    아지.. 맞아요. 어제 저도 집이 좀 더 넓었음 좋겠다 싶었어요.
    아이를 두고 출근하는 아지맘이 남갔지 않아 맘이 아파요. 흑-.-
  • ?
    올챙이 2013.11.27 11:53
    수두 네 이놈!!! 썩 물렀거라!!!! 유승이처럼 유찬이도 빨리 회복되길 바래요.
    아지 맘이 짠해서 어째요~~~ 다 지나가길......
  • ?
    나무 2013.11.27 13:14

    마음의 감수성이 찌들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
    아지가 올려주신 글을 읽으며
    오소희 작가의 책을 제대로 다시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 여행을 떠날 용기도, 그렇다고 굴뚝같은 마음을 억누르기도 힘든 마음을
    책을 보며 달래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유찬이를 홀로 집에 두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건 당연한 엄마 마음이 아닐런지...
    혹, 홀로 집에 있는 것을 즐기는 유찬이일수도?  ^^


    요즘 세상, 아이가 아파도 조퇴 한 번 하기 힘드시지 않나요? 그런 일터에서 일하는 부모들...
    아이가 그저 아프지 않기만을 바랄 수 밖에...없는  현실...
    얼른 아지 퇴근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유찬이도 얼른 낫기를...

  • profile
    두부 2013.12.03 03:02
    나무 글을 읽으니 엄마가 둘 같네요... 통통은.. 이런 교사가 계시는 곳이네요.. 흙...
    아지~~ 아이가 혼자 있는 현관문을 닫고 나와 엘리베이터의 하향 버튼을 쿡 하고 누르고 있을 많은 엄마들. 그 마음.. 근데 그 엄마 보다... 혼자 있을 아이의 감정에 더 공감이 가는 건.. 확실히 제가 덜 컷나 봅니다..

    유찬이 재밌었겠다... ㅋㅋㅋ ^^
  • ?
    둥글레 2013.12.04 11:27
    우리나라 산야에 많이 있는 나무가 뭔지 아세요?
    소나무, 참나무입니다.
    겨울이 오면 다람쥐들은 겨우살이를 위해 도토리를 모으지요
    그런데 똑똑한 다람쥐들은 잘 숨겨두었다가 잘 찾아먹지요
    하지만 조금 모자란 다람쥐들은 아무도 못찾게 아주 잘 숨겨두지만 자신이 숨겨둔 곳을 찾지 못하지요
    그 다음해 모자란 다람쥐들이 찾지 못한 도토리들이 싹을 내고 자라 참나무가 됩니다.
    똑똑한 다람쥐들이 아니라 조금 모자란 다람쥐들 덕에 산은 참나무가 자라고 매해 도토리가 나지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필요없는 건 없구나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최고로, 잘나게 키우기 보다 세상을 즐기며 조금 모자라게 사는것도 행복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편합니다.
    다른 아이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모두 어울어져 숲을 이루는 게 사는게 아닌가요?
    어울림(林)을 만들어 보아요~
  • ?
    달님 2013.12.04 14:41
    이 글 읽고 저도 아이가 태어났을때 마음, 신혼초의 마음, 스무살무렵의 마음, 어렸을 때의 마음을 되돌려떠올리네요. 생각해보면 원하는걸 다 이루었는데. 왜 자꾸 원하는 것이 생기는지..
  • ?
    고등어 2013.12.06 10:55

    너무 공감되는 글이네요

    가끔 명준이한테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인간의 욕심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합니다.

    인간은 정말 왜 만족할 줄 모르는 존재인 걸까요??

    가끔 저의 탐욕스러움에 치를 떨 때가 있어요.

    어제 화가 난 명준이가 보이는 행태가 저랑 너무 닮아서 깜놀했어요.
    왜 아이들은 부모의 부끄러운 모습을 그리도 빼 닮는 걸까요??
    커서 나 같은 어른이 될까봐 어제 참 우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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