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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388 추천 수 0 댓글 1
||||  제게는 세 분의 아버지가 계십니다. 저를 낳아주신 아버지, 스승으로서의 바른 길을 일러주신 아버지, 우리말을 가르치는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을 일러주신 아버지. 그 가운데 가장 이름이 높은 분은 세 번째 아버지이십니다. 그분은 저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따르는 분이기도 하십니다.
  저는 요새 그 분을 가까이에서 모시고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쁘고 마음 든든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새로운 어려움에 부닥쳤습니다. 그분께서 제게 ‘우리말로 글을 쓰라’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신께서는 드러내놓고 그런 말씀을 하시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신께서는 온 삶으로, 온 몸으로 그렇게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아직 배움이 짧은 저로서는 그렇게 글을 쓰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몸에 밴 '한자말'을 떨쳐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일이 저를 머리 아프게 만들곤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공동육아를 우리말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뜻 ‘함께 돌봄’이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맞갖잖습니다. 알맹이는 쏙 빠지고 쭉정이만 남은 느낌입니다. ‘돌봄’이란 말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돌본다는 뜻인데, 어른이 가운데 있고 아이들이 들러리가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본 것이 ‘함께 자람’입니다. 그러니까 좀 마음에 듭니다. '함께 자란다'는 말은 여러 가지 뜻이 있겠죠.
  먼저 아이들이 함께 자란다는 뜻입니다. 서로 다른(나이, 사내-계집, 장애-비장애 따위) 아이들이 함께 자란다는 뜻이고, 네 어버이 내 어버이 없이 어른들과 함께 자란다는 뜻이고, 교사와 함께 자란다는 뜻이고, 이웃과 함께 자란다는 뜻이고, 사회와 함께 자란다는 뜻이고, 자연과 함께 자란다는 뜻이 됩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버이도 함께 자란다는 뜻이 됩니다. 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내가 어찌 이렇게 모자란 사람인가? 아이들을 넉넉히 품기에는 너무 좁고, 얕고, 낮다는 느낌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저 스스로도 더 많이 자랐으면 합니다.

  어제 터전의 교사들과 술을 마시며 이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공동육아’에 아이를 보내는 어버이도 다를 것이 없다. 따지고 보면, 내 아이를 잘 키워보자는 마음에서 이 많은 어려움을 스스로 짊어지는 것이다. 억척스럽기로 말하자면 강 건너 비싼 땅덩어리에 살고 있는 어버이들에 못지않다. 그런데 다른 것이 있다면 이것이다. 적어도 ‘공동육아’에 아이를 보내는 어버이는 이것은 안다. 내 아이만 감싸고도는 것이 내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내 아이를 잘 키우려면 모두 다 함께 돌봐야 한다는 것을~. 다른 아이를, 이웃을, 사회를, 자연을 함께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이것이 ‘함께 돌봄’이며, ‘함께 자람’이라는 것을~.
  • ?
    햇살 2007.04.11 14:08
    역시 공동육아 7년차 아마답게 내공(적절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요^^)이 쌓이신 모습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ㅋㅋ
    멸치의 말씀을 찬찬히 들으면서...건강한 문제의식과 정체성을 가지고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감사해요^^
    통통 화이팅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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