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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드라망이라는 단체에서 발간되는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도 노원구에서 이런 마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바람에서 옮겨봅니다.



기획연재 : 다양한 공동체, 다양한 삶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했던 사람들이나 도시에서 나고자란 사람들 모두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결혼...’을 위해 열심히(경쟁하며) 살아왔지만, 삶에서 무언가가 빠진듯한 느낌을 갖는 이들이 많다. 그것이 무엇일까. 평화로운 소통으로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는 삶, 다양한 공동체를 통해 그 대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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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도시에서의 새로운 시도 - 성미산 마을

이경란

일곱번째 성미산 마을축제 <동네야~ 노올자!>

“첫째날, 도로를 막으면서 집행위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느낌을 갖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죠. 늘 차를 피해, 기계가 보내주는 신호를 기다려야 건너던 도로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조금 더 상상해봅니다. 이 도로가 흙길이라면, 길가에 꽃과 풀과 나무가 자란다면, 그 곁에 작은 정자가 있어서 동네 어르신들이 느긋하게 앉아서 쉬시다가 지나가가는 아이들 뒷통수를 살살 만져준다면......안될까요?“

2007년 성미산마을축제 첫날의 첫 느낌입니다. 일곱 번째 맞는 주민들이 주최하는 축제죠. 이틀 동안 길을 막고 영화제와 공동체라디오의 공개방송, 동아리들의 공연과 동네 가게들의 음식판매와 자전거수리, 지역통화 장터와 자전거타기 등의 행사를 벌였습니다. 축제의 터로 마을 앞의 4차선 도로를 막는 순간, 차가 다니지 않는 공간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유모차와 자전거의 물결, 이 해방감이라니. 지난 14년간 쌓아왔던 역사가 한꺼번에 펼쳐지는 느낌이어서 더 그랬나봅니다. 이사갔지만 축제 때 몰려온 오랜 벗들을 보면서, 그들도, 그들의 아이들도 이곳은 이미 고향이네요.

도시가 고향이 되겠냐고,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서 마을을 만들 수 있냐고 묻겠지만, 이제는 ‘가능할 것 같아요’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94년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을 만들 때만 해도 그저 내 아이 잘 키우자는 속셈이었죠. 거기에 마음맞는 사람들이 함께 살면 좋겠지 하는 정도 있었다면 있었겠죠. 몇년 함께 이웃으로 살다 보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당연하게 방과후교실을 만들었죠. 이젠 이사를 가기는 어렵고 친한 친구도 많이 생겼으니, 될 수 있으면 이곳에서 같이 어울려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려면 그동안의 떠돌이 생활문화를 마을생활문화로 바꾸고, 사는 김에 마을을 좀 좋게 만들어가자는 생각에서 생협을 만들었습니다. ‘마을’이란 말을 자주하게 되었죠. 하지만 아직 막연했습니다.

2001년 아이들이 자주 노는 마을 뒷산인 성미산이 서울시와 소유주가 시작하려는 개발때문에 위기를 맞았죠. 그에 대항해서 3년 동안 산을 지켰습니다. 이 성공 덕에 우리도 마을사람이구나 하는 자각이 생겼죠. 지나가다 인사하는 사람이 늘었고, 토박이들하고도 친해졌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잘한다고 칭찬해주셨죠. 참 기뻤습니다. 10년을 이곳에 있었어도 늘 떠돌이 같았는데, 이제야 마을주민으로 인정받은 기분이었죠.

함께 위기를 넘긴 사람들은 ‘성미산’이란 상징과 마을사람이라는 소속을 얻었습니다. 행정명 어디에도 없고, 지도상에 성미산이란 지명이 없더라도 성미산은 산이며, 우리는 성미산마을사람들이 되었습니다.

한번의 성공은 다음의 성공을 가져온다고, 사람들은 이곳에 뿌리내리고 무언가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나봅니다. 산에서 내려오자 많은 일이 벌어졌죠. 아빠들은 자동차정비협동조합인 성미산차병원과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만들었고, 엄마들은 유기농반찬가게 동네부엌과 아이스크림가게 그늘나무를 차렸죠. 함께 관계를 맺게 된 단체들이 힘을 모아 풀뿌리시민단체인 마포연대도 만들었고, 더 나아가 소출력공동체라디오 마포 FM도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만들었답니다. 관계는 더 넓어져서 홍대앞 문화패들이나 장애인자립자활센터같은 단체도 함께 활동하게 되었죠. 축제는 이런 활동과 생활의 산물입니다.

점점 눈이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보육과 교육에서 시작해서 문화와 경제와 복지, 방송까지. 14년이 지나면서 어느새 우리는 도시 속에서 마을을 이룰 때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누가 미리 계획해서 차근차근 해나간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필요하니까 만들고, “이거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하면 “그래” 하며 함께 만들어갔던 것일 뿐이죠.

그러다보니 조금씩 어려움이 생기대요. 사람도 단체도 많아지면서 친했던 사람들도 만날 시간조차 없이 바빠진 거예요. 많이 외롭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말부터 ‘마을’로서 정비가 필요하다는 자각이 생겼죠. 이제 서로 관계망을 만들고, 중복되는 사업을 조정하는 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축제는 새로운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단체들의 합작품으로 진행하던 축제를 축제준비위원회라는 상설조직이 1년동안 준비하고 마을사람들이 축제의 주인공으로 자신이 갈고 닦은 준비물을 내놓았던 거죠. 진정한 주민들의 잔치마당으로 거듭났습니다. 여러 단체를 만드는 것만이 자치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창조물들을 자신도 이웃도 함께 즐기는 마당을 경험하는 겁니다. 한 걸음 나아간 거죠.

2007년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꿉니다. 지자체와 거버넌스를 논하게 된 거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2010년쯤 되면 ‘우리’들끼리의 성미산마을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를 성미산마을사람들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도시에서도 마을은 가능해요”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지요. 자랑만 많이 했네요. 아직 어려움도 많습니다. 그래도 잘 될 거라는 믿음이 더 많이 생기는 요즘입니다. 성미산마을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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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란님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공동육아협동조합어린이집에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시작했고, 지금은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과 성미산마을만들기 일을 하며 서울에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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