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저는 많은 선물을 받았어요.
통통에서의 생활은 제가 받은 큰 선물 중 하나이지요. 통통의 아이들과 함께 한 10개월의 삶은 참 행복했어요. 무엇인가를 배우기 바쁜 현대의 어린이들과 구별되어 각각 개인적인 발달에 따라 우리의 세시절기에 따라 삶을 알아 가는 아이들......
2011년 청명, 곡우가 있는 4월에 아이들과 통통의 작은 텃밭을 갈고 실지렁이도 방사하고 씨앗을 심고, 여러 가지 야채를 모종하였지요. 5월,6월을 지내며 나들이를 가며 물도 주고 잡초도 뽑고 방울토마토, 딸기도 수확해서 먹었지요.
7월에는 상추, 고추도 수확해서 먹었지요. 7월 터전살이를 하며 텃밭에 심었던 봉숭아를 따서 봉숭아물들이기도 했지요.
8월 말 입추가 지나고 그동안 봄, 여름에 수확했던 작물들을 다 뽑는 작업을 아이들과 함께 할 때 아이들은 흥분을 했어요. 봄에 텃밭에 방사했던 실지렁이들이 아이들의 팔뚝만해져서 텃밭에 꿈틀꿈틀 거렸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만져보겠다고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들고 기뻐했어요. 그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저는 솔직히 너무 징그러웠거든요.
이러한 모습을 보며 저는 아주 조그마한 땅이지만 너무 정직하게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공급해주는 자연이 고마웠고, 티없이 맑게 반응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우리는 다음 작물인 열무씨, 무씨를 뿌리고 배추모종을 하였지요. 2층베란다에서도 상자 텃밭에 쑷갓씨도 뿌렸어요. 형님들은 관찰도감을 그리고 동생들은 매일 나들이를 오가며 자라는 텃밭의 변화를 관찰하는데 어느 순간 열무들이 파릇파릇 새싹이 얼굴을 내밀어 윗방 형님들이 열무 솎아주어 샐러드도 만들어 주었어요. 매일 텃밭은 정직하게 모든 작물을 쑥쑥 자라게 했어요.
10월이 지나고 11월 입동을 맞아 겨울 저장 음식 만들기에 분주했지요. 텃밭에 심었던 열무를 수확하여 백두방은 열무김치를 만들어 점심식사시간에 먹기도 하고 상자텃밭에서 수확한 쑥갓으로 쑷갓대추전도 만들어 먹었어요. 배추가 얼지 않도록 배추를 묶어주기도 하고 무를 썰어 무말랭이, 호박을 썰어 말려 호박꼬지, 감을 실에 꿰어 곶감말리기 등, 아이들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오감으로 느끼며 겨울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11월 말에 텃밭에서 얻은 수확물에 감사하는 시간도 가졌지요.
12월 대설에는 눈과 닮은 팝콘을 도봉방형님들이 직접 만들어 동생들과 함께 팝콘을 먹으며 대설을 기념하여 스노우맨 동화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았지요. 동지에는 팥죽을 함께 만들어 먹고 어제 해넘이 잔치를 하며 한 해를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1년의 한 계절이 리듬이 있고 거기에 따라 우리의 조상들이 먹거리를 준비하였던 지혜를 아이들과 함께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외에도 우리의 놀이터 수락산에서의 4계절도 놓칠 수 없는 배움의 장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책에서만 볼 수 있던 곤충, 동물, 식물들을 봄, 여름, 가을, 겨울에도 매일 만날 수 있었어요. 그 변화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수락산은 통통의 아이들의 다리, 팔 온 몸을 튼튼하게 했어요. 계단조차 오르기 힘들어 교사들의 손을 놓지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혼자서 산을 오르고, 봄에 언덕을 오르기도 힘들어 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다리가 튼튼해져서 수락산 꼭대기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며 너무 흐뭇했어요.
수락산에는 아이들의 숨결이 곳곳에 숨을 쉬고 있어요. 숨바꼭질을 하듯이 새로운 놀이공간을 찾아 자기들만의 이름을 지어 주고 그 곳에 아이들의 숨결을 새겨 놓는 우리의 아이들이 있어요. 와글공방, 개구리쉼터, 물소리 쉼터, 진달래 능선, 고래바위 등 수많은 이름들과 그 곳에서의 놀이는 그 공간의 특성에 따라 달라져요.
아이들은 노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자연에서 보았던 그들의 궁금증을 터전으로 돌아와 어른들에게 묻기도 하고 책에서 찾아내는 발견자들이예요. 나들이길에 발견한 달팽이, 여름에 냇가에 보았던 물장군에 한 참 관심을 갖고 보던 한라방은 한동안 곤충도감에서 사진으로 보며 즐거워했지요. 올 겨울에 새에 관심이 많았던 수락방은 새의 도감을 찾아보며 과학자가 된 듯 했지요.
통통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중요하고 배워야 한다는 인위적인 교육자료에 의지하여 배움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을 배우고 삶을 배워 가는 행복한 아이들이예요.
이렇게 1년을 회상하며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기쁨이 있었어요.
그리고 내년의 통통은 더욱 기대가 되요. 내년에 교사들은 거대하게 ‘지구를 생각하는 통통’으로 세우고 연령별로 연령 발달에 맞게 중심활동을 세웠어요.
7세는 텃밭을 활용한 환경, 생태로 하여 퇴비만들기, 실지렁이 기르기를 직접하며 텃밭을 중심으로 1년을 계획 하려고 해요. 6세는 숲과 노작활동을 중심으로 한 환경, 생태로 녹지공간 만들기,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워 주는 활동 등으로 1년을 계획 하려고 해요.
5세는 일상생활에서의 환경, 생태로 종이 아껴쓰기, 분리수거, 재생종이만들기 등을 중심으로 1년을 계획 하려고 해요. 4세도 연령에 맞게 계획을 세울 거예요.
벌써 교사들은 내년에 아이들과 함께 할 생활에 기대가 가득 찼어요. 올 한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내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구체화 시킬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통로를 지금 알아보고 계획하고 있는 중이예요.
그런데 전 함께 할 수 없어 아쉬움이 있네요.
그렇지만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을 기억하고 지구의 반대편에서도 응원할 거예요.
2011년 한 해동안 제게 많은 배움을 준 통통의 아이들, 교사들, 아마들 감사해요. 고마워요.
2012년 한 해에도 모두 모두 행복한 통통 가족들이 되시길 기도할께요.^^
저도 샛별과 함께할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감사했어요. 그리고 아쉬워요. 샛 ------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