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청포도의 보휴 날이다. 아드님 졸업식이 있어서 내일 보휴를 잡으셨다.
며칠 전에 2월 아마 공지글을 올려두었는데, 어제 오늘 도토리가 몸이 아파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그러다 저녁 9시무렵이었던가, '아, 내일!!' 하고 퍼뜩 정신이 차려졌다.
끙! 하고 몸을 일으켜 청포도 보휴에 아마 지원하신 분이 있나 확인을 하려 하였으나 컴퓨터는 서진이가 차지한 상태.
다람쥐가 학교에서 빌려온 '라푼젤'을 시청중이시다. 남은 시간은 족히 한 시간! 오우, 쉐에엣!!
'아, 하필 이런 날 빌려왔어..'하며 속으로 엉뚱하게 잠시 상황탓을 한다.
(다람쥐~ 난 다람쥐를 탓하지 않았어. 절대로!!)
생각이 많은 도토리는 잠시 이 상황을 관망한다.
그러나 별다른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는다. 다 그냥 뭉툭한 수다.
도토리 - (서진이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음.. 서진아... 저기... 우리 잠깐만... 그러니까 한 5분만 잠시 쉬었다 보면 어떨까?"
서진 - (급일그러진 표정으로) "왜애~??"
도토리 -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는 심정으로) "음.. 그러니까... 아빠가 뭘 좀 급히 확인해야 되는데.... *^&(&%$&(&(&(^*$#$#*^"
서진 - (고장난 레코드처럼) "왜애~??"
이 상황에서 영화를 잠시 쉬었다 보려면 서진이의 눈물이 필요함을 잘 알기에 일단 이 뭉툭한 수는 접기로 한다.
이럴 땐 여유를 찾는 게 필요함을 느낀 도토리는
'라푼젤'을 전혀 여유롭지 않게, 그러나 순간순간 흥미진진함을 느껴가며 함께 시청을 한다. 느즈막히 저녁을 먹어가며.
저녁을 먹다 무언가가 문득 떠오른다.
'아차, 다람쥐폰이 나름 스마트폰이었지!'
떨리는 마음으로 다람쥐 폰으로 확인을 하려는데, 이건 왜케 느려터진거야!!
아마 공지글에 댓글이 3개 달려있음을 일단 확인.
두 개는 예전에 봤던 댓글이고 새롭게 달린 댓글 하나!
이 댓글이 나를 구원해줄지도 몰라, 기대감으로 느려터진 폰을 붙잡고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겨우겨우 댓글의 내용을 확인.
바로 이어지는 절망의 한숨.
에휴...
그동안 아마 편성하느라 수고 많으셨다는 샛별의 응원 댓글이다.
샛별에겐 참 고마운데 앞은 참 캄캄하다.
'아, 누구에게 부탁하지?'
'날새? 안 돼~ 날새에게 부탁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야.'
'냉이? 역시 안 돼~ 역시 염치없는 일이야.'
'풍경? 역시 안 돼~ 지금 감기로 엄청 오래 힘들어하시는 중인데..'
'아아, 그럼 누구한테 부탁해~~' (잠시 오열)
이럴 때일수록 여유가 필요함을 재차 새기는 도토리.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겨 상황을 관망하며 다시 '라푼젤'을 전혀 여유롭지 않게, 그러나 순간순간 흥미진진함을 느껴가며 시청한다.
'저 마녀(?)는 참 기분 나쁘게 생겼어!'
'와~ 나도 저런 마법의 금발이 있음 좋겠다~~'
(내 머리가 마법금발이었으면 좋겠다는 건지, 저런 금발미인이 내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지는 확인이 필요함.)
어느새 영화는 끝이 나고 어느덧 시간은 벌써 밤 10시30분이 다 되었다.
잽싸게(?) 컴퓨터를 차지하고서 네이트온을 켠다.
흥미진진하게 '라푼젤'을 시청하며 떠오른 나름의 뾰족한 수.
'그래, 협동이다!!'
총 11분의 아마들께 문자를 보낸다.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하옵니다. 지금이시간에 한분께 다부탁드리는건 힘들것같고 조출,식사준비,설거지,오후간식 등으로 나누어했으면합니다. 간절히도움부탁드려요....]
순식간에 날아온 딸기우유의 답장.
[전 설거지가능합니다]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ㅜㅜ
이어지는 날새의 답장.
[조출 식사 준비 가능... *&^((%%$해서 다 맡기가 어렵네요]
날새~ 아, 날새~~ ㅜㅜ
이어지는 포르코의 답장.
[지나 오후 간식 가능하답니다]
오우, 지나~~ ㅜㅜ
내가 문자를 보내고서 10여분 만에 일이 해결되었다. 아아.. ㅜㅜ
올빼미도 조출에 대한 컨택을 하셨는데 집도 먼 올빼미가 그 이른 시간에 솔이를 들쳐업고
속도위반해가며 통통에 오시게 하는 건 참 도리가 아니다 싶어 일단 마음만 받기로 했다.
그랬더니 올빼미.. [네. 그럼 전... 낼아침에 평소보다 좀 서둘러가서 날새가 잘하고 있나 옆에서 감시할게요.ㅎㅎ] 한다.
어떻게든 날새를 돕겠노라는 올빼미의 마음이 느껴진다.
지난해 운영이사 하면서 올빼미의 이런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자주 느꼈다.
올빼미는 참 따뜻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긴장되고 걱정되던 상황은 이렇게 아름답게 정리되고
처음에 문자 보낸 11분의 아마들께 상황이 잘 마무리되었음을 알려드렸다.
바위의 답장.
[도토리 고생이 많습니다 힘내세요^^]
도토리의 답장.
[이런응원짱좋아요!!ㅎㅎ 늘도움주셔서 진심으로고마워요 복받으실거예요~♥]
그리고 발가락의 답장.
[다행이네요 이게 다 도토리의 인덕땜입니다.]
도토리의 답장.
[하하 쑥스럽긴하지만 이런칭찬 언제나 대환영입니다ㅋㅋ 잘해결되었으니 한숨쉬시지말고ㅋ 편히주무세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어깨와 쇄골 부위가 참으로 아파죽겠지만
그리고 12시전에는 꼭 자라는 다람쥐의 신신당부가 있었는데... (아.. 다람쥐... 한번만 봐줘...ㅜㅜ)
이런 과정을 거쳐 청포도의 빈자리를 아름답게 채울 수 있었음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랜만에 이런 글을 쓴다.
이제 편히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아, 과연 편히 잘 수 있을까? 파도야, 이 쇄골 통증은 어쩌란 말이냐. 정녕 어쩌란 말이냐... 아우 젠장...
늘 신세만 지네요.
역할분담 아이디어도 참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