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아침 일찍 서둘러 한살림에 갔더랬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은 우리동네 매장에 물품이 들어오는 날이라고 해서요.
주중 퇴근후에는 물품들이 요즘엔 자주 품절이라 장을 보기가 힘들었거든요.
휴일 아침이라 늦잠을 좀 자고 아침을 차려먹고 하니 벌써 시간이 매장 개장시간에 가까워져
세수도 않고 모자 하나 푹 눌러 쓴 채 서둘러 나갔습니다.
음...10시가 조금 넘었군요.
너무 서둘러 나온 건 아닐까 생각하며, 무릎 나온 추리닝이라도 이 휴일 아침의 여유로움에 기분이 좋아
한껏 차려입은 듯 멋져보이기만 합니다.므흣~
한살림 도착.
아...그런데...이거슨...뭔 씨추에이션..?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는 듯 했습니다.
한살림 매장안은 이미 저처럼 물품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북쩍 북쩍 가득 합니다.
앗! 벌써 유정란이 품절입니다! 개장한지 십분정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
엇! 방울토마토가 겨우 두 상자밖에 남지 않았어요. 뛰어가 한 상자를 챙겼습니다.
어랏! 양배추!...다른 채소들은 이미 다 떨어져, 아직 몇 통 남아있는 양배추를 사러 기웃거리는데
어떤 조합원께서 남아 있는 양배추들을 모두 조물락 조물락거리며 손으로 무게를 재어보고 있습니다.
하도 주물럭거리는 바람에 남아 있는 선택받지 못한 저 양배추는 어찌되는거냐 싶습니다.
일찍 나섰는데도 결국엔 몇 개 담지도 못하고 얼쩡거리는데 쩌~어~기 분주히 움직이는 어느 조합원은 유정란을 세 줄이나 사셨네요. 어이쿠야. 저 분은 야채와 버섯을 완전히 싹쓸이를 하신 듯 같은 물품이 최소 두 개 이상씩...장바구니가 가득해요!
여보세요~ 저는 아직 한 개도 못 담았다구요. 저 싹쓸이는 좀 그렇지 않나요~?!
그러다가 갑자기 매장 담당자께서 외치십니다.
“포도 더 왔습니다. 복숭아 필요하신 분!”
우르르르~ 같이 달려갑니다.
잘 익은 복숭아, 달콤한 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맛있겠당. 여름이 다 지나기전에 마지막으로 냠냠~ 호강을 누려보자!
먼저 앞선 조합원께서 복숭아를 고르시는 군요. 한줄로 쌓아둔 복숭아 상자에 맨 윗 것부터 제일 아랫것 까지 죄다 싹 살펴보고
아예 손가락으로 몰래 눌러도 보시고요(저기요! 옆에서 다 지켜봤다구요!), 탱글탱글한 포도위에 아무렇게나 복숭아 상자를 올려 놓네요.
아~ 여보세요. 그거 언제까지 그렇게 일일이 고르실꺼예요?
옆에서 지켜보다가 화딱지가 나서....
“그렇게 헤집어놓으시면 어떡해요! 여기 포도 눌려 다 상하겠어요. 여기서는 이렇게 물건 고르시는 거 아니라구욧!”
‘메뚜기떼’가 왔다간 것 같은 매장의 풍경....한살림에서도 알뜰히 ‘소비자의 권리’를 찾는 조합원...
쥐뿔도 모르지만...그래도 나는 “여기서는 이렇게 물건 고르시는 거 아니예요!”라고 생각합니다.
통통도 역시.
요즘 한살림이나 생협 홈피에 생산물에 대한 비난(상태, 맛, 크기 등)이 종종 올라오는데
생산자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라기 보다는 내가 비싼 돈 내고 유기농구입했는데 이게 뭐냐, 계속 이러면 다신 안 사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살림(생협)을 한다는 건 뭘까 ? (이용한다라는 표현은 부적절한 것 같아서~)
통통도 역시.
보리의 글 고맙습니다.